도서 리뷰/비문학

삶의 메모리를 최적화하는 연습 - 20%만 쓰는 연습

어디로든 문(文) 2024. 1. 31. 23:34

돌이켜보면 효율은, 내가 타고난 재주도 아니었을뿐더러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대개 내가 선택하는 가치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생산성에 대한 열망은 늘 있어왔는데, 무엇보다 양적인 기대치에 도달하는 일이 버거웠다. 특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새로운 자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요즘 같은 환경에선 욕망들을 가지치기 해야 한다는 필요까지 따라붙었다. 여러 이유로 원하는 만큼 일을 해내기 위해선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거나 내 역량 부족의 탓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는데 점차 성실한 노력이나 열정 같은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시간과 집중력과 돈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선 각각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전문가를 찾는 것이 더 빠를 거라는 어렴풋한 고민을 하던 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 데이먼 자하리아데스는 80/20 법칙을 중심으로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주창해 ‘파레토 법칙’으로도 부르는 이 법칙의 핵심은 대부분 일의 80%가량의 결과는 단 20%의 중요한 일들을 통해 완성된다는 것이다.

 

 

나는 제법 분명한 목적을 두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므로, 내 실제 일과에 적용해 볼 수 있었다.

특히 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 시간 관리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할 일은 무분별하게 입력됐고, 하나하나를 해결해 출력하고 내보내는 데 드는 시간은 항상 계획했던 소요 시간에서 초과됐다. 따라서 내게도 아주 기다란 체크리스트가 있다. 이안엔 뚜렷하게 우선적으로 처리되어야 할 일도 있었지만, 외에도 세부적인 디자인 변경 요청과 변경 사항을 다른 팀에 전달해야 하는 등의 사소한 업무들까지 모두 있었다. 절반은 언젠가 처리해야 함을 잊지 않기 위해, 절반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리스트였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해야 할 과제의 목록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 어떤 거대한 몸 같았다.

저자는 1장 ‘업무 효율 극대화’에서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다섯 가지로 제한하라고 말한다. 즉 체크리스트는 존재할 수 있지만 일일 과제 목록은 절대 그런 형태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목록을 구성할 과제들의 우선순위는 목표의 80%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20%의 활동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일 과제 목록의 실천 가능한 개수를 정한 다음에는, 부록의 ‘초생산성을 위한 습관’ 파트를 연계해 보았다.

습관 3, ‘시간의 사용 효율 추적하기’ 파트에서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촘촘하게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엔 회사 선배와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런 얘기를 나눴다. 선배가 해준 말은 쉽게 말하면, 당장 실천하려는 계획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에 대한 목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저자의 말을 덧붙이면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실제로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고, 이 책에서는 추적의 방법을 소개한다. 타이머나 스마트폰 앱들을 이용해 시간을 기록하고 그 데이터들을 모아놓고 단축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이 추적의 방법이다.

둘째, 하루 일과를 이런 식으로 돌아본 결과, 나는 역시 인지하고 있던 대로 많은 일 하나하나에 엇비슷한 비중으로 정신과 체력을 소모하면서 신중하고 꼼꼼하게 느릴지 언정 그 지루함을 다 견뎌가며 일을 해나간다는 타입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물론 그것은 자연스럽게도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고 싶어서, 실수가 없게 하기 위해서, 와 같은 이유부터 수많은 예외 상황들에서도 오류가 없을 말 그대로 완벽한 작업을 해내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기서 나아가 집착적으로 매달려 효과는 놓치고 대신 비효율의 수렁에 빠질 때 이것을 완벽주의, 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는데, 저자는 단호하게 이 파레토 법칙에는 완벽주의가 끼어들 공간이 없다고 얘기한다.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보상을 얻기 위한 이 법칙에 따르면, 작은 실수들을 바로잡아나가는 행위에 비해 완벽했을 때의 보상이 더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적은 노력으로 최대한의 보상을 얻고자 하는 목표’는 곱씹을수록 이상해 보인다. 정직하고 성실하지 않게 요행을 바란다는 말처럼, 또는 부주의하게 일을 처리해도 괜찮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앞에서 저자는 이 법칙은 ‘지름길’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목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과제에 주의와 에너지를 집중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눈으로 보고 셈해 따질 수 있는 값으로의 관점에서도 완벽주의는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은 습관일지 모르겠지만, 경험에 빗대어 내가 완벽주의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는 에너지의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도 와닿게 들렸다. 2장 ‘가사 효율 극대화’에서 저자는 과거 완벽주의였던 시절을 고백한다. 그는 먼지 한 톨도 없이 깨끗하게 청소하는데 매주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어떤 일이든 주어진 시간이 소진될 때까지 늘어진다’는 파킨슨의 법칙을 기반으로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과감하게 목표치를 내렸다.

‘이만하면 됐어’. 그는 집 청소와 관련해서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을 고수했다. 나는 이 말이 마음에 들었다. 대충, 무성의하게 일을 처리하자는 것이 아니다. 주의력이 허락된 짧은 시간이 끝나면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지치지 않고 넘어가며 보완의 차원으로 완성도를 덧대고자 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즐겁게, 더 좋은 마음을 쓰면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감정 에너지도 하나의 자원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마음 따위의 것들에 신경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 또한 한정되어 있다. 스스로를 밥 먹이기 위해 경제활동을 하거나 은행에 가야 하고, 아플 땐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우리는 그런 다음에야 남는 시간들 - 이동 시간이라거나, 자기 전 일기를 쓰는 시간 - 을 의미 있게 활용해야 한다. 책을 읽거나 글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거나, 나아가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즉, 해야 하는 일들을 하기 위해 재충전하는 이 시간을 완벽주의 탓에 미뤄버린 뒤의 불안이나 무리한 계획을 다 지키지 못했을 때의 죄책감 같은 것에 허비하기엔 너무 아쉽다. 우리에겐 쉼을 온전하고 충분하게 또 치열하게 누릴 자유가 있다.

여전히 생활 태도 전반을 효율로 둔다는 건 낯설고 또 불편하게 느껴진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과 중요한 일들로 이분한 값을 매겨 처리한다는 것, 나아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하게 제거하고 내게 보상을 남길 것들만 추구하는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기적이고 무심한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다. 아주 사소한 일들에도 효율의 저울을 끝없이 달다 보면 결국 작고 하찮은 것들에는 눈길조차 가닿지 않게 될 것 같다. 다만 생산성을 조금 더 늘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적어도 나 스스로에 관해서 불필요하게 고민하고 무거워지는 것을 덜어내고 싶다. 그렇게 한다면 나 이외로 시선을 더 뻗고 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이냐의 문제인데, 각기 다른 속성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일과 - 가령 책 읽기, 공부하기, 웹 서핑하기, 운동하기 등 - 에 각기 다른 방법을 적용하며 어떻게 하나로 통합된 나를 만들어갈지 고민이다.

 


 

* 원문은 아트인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아트인사이트 : https://www.artinsight.co.kr/

- 원문 :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68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