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7) 썸네일형 리스트형 재능은 선택받는 거라지만 – 보이 인 더 풀 * 본 리뷰는영화 「보이 인 더 풀」의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을 시작으로 제24회 사오슝영화제 초청, 제2회 오키나와범태평양국제영화제 경쟁, 제17회 헝가리한국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보이 인 더 풀」이 오는 5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보이 인 더 풀」은 수영을 좋아하는 소녀 석영과 물갈퀴를 가진 소년 우주가 만나며,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성장 멜로 영화다. 「보이 인 더 풀」로 첫 장편 데뷔를 한 류연수 감독은 연출 의도에 대해 “어쩌면 놓쳐버린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 점점 빛을 잃어가는 것 같아도 찬란히 빛났던, 그 시절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첫사랑처럼”이라고 밝혔다.또한 「보이 인 더 풀」을 통해 댄스 크루 ‘훅’의 멤버 효우가 배우로 변신해.. 인간은 누구든 기생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 영화 <기생충> 을 처음 보았던 날 감탄했던 지점은 ‘서스펜스’였다. 부잣집저택과 반지하라는 두 공간만을 활용하면서도, 엄청난 긴장감을 조성하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다송이네 가족이 캠핑을 떠난 비 내리는 밤, 기우네 가족이 대저택의 거실을 점령하여 둘러앉은 씬에서는 당장이라도 그 평화를 와장창 깨버릴 누군가가 등장할 것 같은 긴장감에, 웬만한 추격씬에서보다도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그 씬에서의 긴장감이 절정에 달았던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영화가 전개될수록 불안감과 공포의 몫이 인물보다도 관객에게 있게 되었던 건, 극중의 인물들은 모르는 것을 관객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서와 학력 위조로 기우가, 기우의 동생인 걸 숨기고 기정이가, 비슷한 방식으로 기우 아빠.. 어둠이 말한다, 살아보자고 - <아무도 없는 곳> : 대화 외부의 공간에 앉아 또 다른 나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영화 인간은 객관적인 세계에는 직접 도달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 존재다. 우리 각자의 세계 중심엔 ‘나’가 있고 외부세계는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인간에게 문화예술이란 일종의 수단으로써의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밖에 모르던 우리가 문학, 영상, 음악, 공연, 미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된 언어를 통해 외부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너’의 곁에 서는 법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은 놀랍게도 ‘나’로 귀결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결국 나를 알아가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귀결되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문화예술이란 사랑이 그러하듯 ‘나’와 ‘타인’을, 나아가 함께하는 ‘우리’에 대한 본질적인 앎을 .. 판타지가 세상을 구한다 - 네버엔딩 스토리 : "내가 구해줄게, 꿈꾸는 대로 할 거야" *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젠 철이 들었으니 꿈에서 벗어나서 현실에 맞게 살아야지, 그렇지?” 영화 는 상상과 몽상을 즐기는 소년 ‘바스챤’이 책 속 세계를 모험한다는 판타지 장르의 모험기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소년 바스챤은 약하고 왜소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자주 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스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친구들에게서 도망치는데, 도망을 치다 우연히 숨어들어온 서점에서 의문의 책 한 권을 발견한다. 책의 제목은 ‘네버엔딩 스토리’. 바스챤이 읽는 이 소설은 보라색 물소 사냥꾼 초원족의 위대한 전사인 ‘아트레유’의 모험기다. 소설 속 세계 ‘판타지아’는 ‘나씽(nothing)’이라는 악의 존재에 의해 파괴될 위기에 처한 공간이.. 모자란 어른들에게 건넵니다 - 우리들 / 우리집 : 어린이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개체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세계를 위하여 *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춘기’, ‘비행 청소년’, ‘미숙한 문화인’, ‘미성년’, ‘질풍노도의 시기’ 어른들의 세계엔 청소년이 한 명의 독립적인 개체로서 불릴 수 있는 이름이 몇 없다. 수동적인 뉘앙스의 이름들은 그들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이는 곧 성인이라는 기준점에 도달하지 못한 ‘미(未)’성년이라는 반쯤 모자란 이름에 그치고 만다. 덜 자란 미숙한 인간. 이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청소년이 그려지는 방식을 통해 더욱 명확히 ‘혐오’로 진단된다. 미디어 속 청소년 인물들은 부모로부터 다음과 같은 핀잔을 듣곤 한다. “게임 좀 그만해라!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아이돌 쫓아다니면 걔네가 밥 먹여주니?” .. 파르바나 : 아프가니스탄의 눈물 - The Breadwinner :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인권 유린이 가능해질 만큼, 모든 전통은 과연 위대한가 인도의 카스트제와 한국의 가부장제, 두 문화는 ‘전통’이라는 이름을 함께 공유한다. 우리는 ‘이게 전통이야’라는 문장만으로 많은 것들이 묵인된 채 넘겨지고, 반박의 목소리는 쉽게 없었던 일로 치부된 날들을 지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고착화되어 온 시간 만큼이나 전통이 쥔 권력과 힘은 강력했기 때문이다. 전통은 애초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써 내재화되어왔다. 그리고 점차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왔던 잘못된 관습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때는, 그전에 그 벽의 높이와 두께를 체감해야 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영화는, 그리 멀지 않은 나라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통’으로써 이루어지는 처참한 인권 유린을 그린 애니메이션 영화 Th.. 노트북 앞이면 캄캄해지는 당신에게 - 파인딩 포레스터 : 조금 덜 무거운 말들이 필요한 것뿐이었다. 그저 쓰고 싶다는 말, 그저 살아있자는 말. 노트북 앞에 앉아 빈 글을 들여다보는 일이 두려운 요즘이다. 백색의 화면 위로 막연한 공포가 내려앉으면 괜히 창밖을 내다보며 멍을 때리고, 키보드 위 가지런히 얹어진 손으로 다시 시선을 옮기고 결국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로 노트북을 덮곤 한다. 쓰면 쓸수록 익숙해지기는커녕, 빈 글을 마주하는 매일이 초면이다. 여전히 낯을 가리고, 매번 적응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런 핑계를 대고 싶다. 슬럼프라 부르기엔 다른 차원의 감정, 어느 땐 자의식 과잉 같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불신감에 잠시 휘둘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레 겁을 먹고 노트북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