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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Map/창비 어린이청소년 서포터즈 4기

소설 '나나' 리뷰

소설 <나나>를 읽으며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올랐다. 앨리스는 모험 내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한다. 왜냐하면 ‘어제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건 소용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앨리스의 겉모습은 마시고 먹는 행위에 따라 시시각각 예측할 수 없는 모양으로 변한다.

그리고 앨리스의 이상한 모험은 인간의 삶 자체와도 닮아있다. 우리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이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노력은 자주 수포로 돌아간다. 우리에겐 키가 25cm로 줄어들었다가도 금세 3m로 훌쩍 자라거나 어느 날은 내가 흘린 눈물에서 헤엄을 치는 일을 겪기도 하는 이상한 나날들이 지치지도 않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결국 진짜 내가 누구인지는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습된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 우리는 정의하고 정리하고자 한다. 앨리스의 말을 빌리자면 ‘크기가 이렇게 자주 바뀌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염원하는 행위가 그러하다. 그래서 낯선 내 새로운 모습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방해함으로써 나를 혼란스럽게 할 뿐 그다지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나를 어떻게든 ‘설명’하고 싶지만 어떤 설명으로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 그래서 결국 “저도 저를 설명할 수 없어요. 저는 지금 제가 아니거든요”라고 끝맺게 되는 것. 앨리스의 모험 곳곳에도 앨리스가 경험하는 갈등이 드러난다. 앨리스는 모험을 재밌게 즐기고자 하는 마음과 모험 따위는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혼란하게 오가며 발걸음을 옮긴다.

모든 인간을 고무줄 같이 쉽게 늘어나고 줄어들기도 하는 몸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소소한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마음으로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나아가 “어쩌면 조금 재미있는 것도 같아”라고 말하게 될 수도.

 

"네 날개를 인정 안 한 건 결국 나였네. 미안하다, 한수리."

- 본문 중에서

 

소설 <나나>는 '영혼 없이 말한다' '영혼을 갈아넣었다'와 같은 유행어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독자와 함께 찾아가는 소설이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돼 '나'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나'들인 인물 '수리'와 '류'는 독자 개개인에게 새로운 관점을 건네주고 그 관점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 즉 '나'를 바깥에서 보는 '나', 제목 '나나'에도 고스란히 담긴 소설의 핵심적인 서술시점은 독자에게도 그대로 대입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희영 작가는 현대 청소년에게 가장 주요한 고민을 '영혼'이라는 소재로 정확하게 짚어냈다. '나'를 탐구하기보다, 타인의 시선으로 점철된 사회의 시선과 기준에 맞추는 것이 정답이라 머리로 학습하고 몸으로 체감하는 세상에서 영혼과 분리되기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분리가 지속되면 수리와 류처럼 다시 몸으로 돌아갈 수 없는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그 이전에 내 안에서 육체와 영혼의 분리를 성찰하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가치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을 빠져나온 영혼들의 방황', 이런 신선한 설정엔 늘 단번에 사로잡힌다. 몸과 마음 둘 중 하나는 안 아픈 사람이 없는 현실 속에서 특히나 마음의 빈자리를 마주했던 사람이라면 흠뻑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이야기다.

- 민규동 영화감독
"영혼이 없다"는 유행어를 그저 재치 있다고만 여겼다. 그런데 이희영 작가는 그 말이 가리키는 바를 집요하게 탐구했다. 기발한 설정과 영리하고 깔끔한 플롯, 거기에 절묘하게 담긴 주제의식에 감탄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을 안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반대로 두 주인공이 나를 안아 주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기 영혼이 희박해져 있다고 느끼는 분들께 추천한다. 위로를 얻을 것이고,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자기 삶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 장강명 소설가

 

* 본 리뷰는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