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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Map/창비 어린이청소년 서포터즈 4기

박소영, 『스노볼 2』 리뷰

 

창비 어린이청소년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지금까지 출간된 창비의 소설 Y 시리즈를 모두 읽어볼 수 있었다. 작년 봄에는 『스노볼』의 1권을 읽었고 가을에는 이희영 작가의 『나나』와 천선란 작가의 『나인』을, 겨울에는 『스노볼』의 2권을 읽어 박소영 작가의 『스노볼』을 완독했다. 그리고 2022년 상반기 소설 Y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된다는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는 작품의 오랜 팬으로서 반가운 소식이다.

K-영어덜트 소설 널리 알렸던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나 이희영 작가의 『페인트』와 같은 작품을 시작으로 영어덜트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개최된 창비x카카오페이지 제1회 영어덜트 소설상의 대상을 수상한 『스노볼』의 1편과 2편, 그리고 소설 Y 시리즈까지 한국의 영어덜트 소설이 고유한 색을 확립하는 과정을 독자로서 함께하는 것이 기쁘다.

또 청소년 소설과 웹소설의 특징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는 영어덜트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를 겹겹이 쌓아가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스노볼』은 장르적 특징이 보다 뚜렷하다는 점에서 더욱이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영어덜트 소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되는 동시에 종이책으로 출간되었으며, 그리하여 2권을 예로 들면 종이책의 목차를 통해서도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로 연결되어 온 서사임을 예측할 수 있었다. 박소영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현실에 없는 독립적인 세계관을 가진 영어덜트 소설 대부분이 긴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 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계간 『창비 어린이』의 2021 봄호 특집 기사인 청소년문학에 대한 새 질문에서 오세란 평론가의 언어를 빌려 이해를 더하자면 『스노볼』을 비롯한 많은 웹소설은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키노타입(kenotype)과 전통적인 원형 상징인 아키타입(archetype) 제재들을 혼합하여 배치한다. 종합하면 영어덜트 소설은 독립적인 세계관의 이야기로 현대사회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등의 방식으로 독자의 마음에 접속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을 돌려받고 싶었을 뿐이야.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영웅 같은 게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 본문 중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너 자신을 속여.”
이본희의 시선이 나에게서 비켜나며 물고기 떼로 흩어진다. 그리고는 나에게 하는 건지 자신에게 하는 건지 모를 말을 읊조린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참 신기해서, 스스로를 속이면 독극물을 마시면서도 용케 숨이 끊어지진 않더라.”

- 본문 중에서

 

『스노볼』은 영하 41도의 마을에 살던 인물 전초밤이 부의 공간인 스노볼의 스타 고해리를 대신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4시간 돌아가는 카메라에 모든 일상이 담기는 액터와 이를 편집해 드라마를 만드는 디렉터라는 설정과,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드라마 바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한 메시지는 큰 틀에서는 영화 <트루먼쇼>와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스노볼』 만의 탄탄히 짜여진 세계관과 독립적인 서사를 통해 스노볼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소설 Y시리즈를 포함한 최근의 영어덜트 소설을 관통하는 메시지인 나를 잃지 않으려는 힘을 핵심적인 원동력 삼아 이야기를 전개함은, 자본주의에 지배 당한 사회가 개인의 신체를 교묘히 통제하고 손을 대는 것을 시작으로 결과적으로는 자유를 앗아가는 상황 속의 현대인에게 중요한 것들을 일깨워준다. 이희영 작가의 『나나』의 키워드가 되었던 ‘영혼’ 같은 것 말이다. 

박소영 작가의 탁월한 통찰 그리고 각각 400페이지가 넘는 두 편의 이야기에 걸쳐 촘촘하게 또 속도감 있게 짜여진 장대한 서사로 완성된 『스노볼』은, 앞으로도 한국 영어덜트 소설을 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이 될 것이다.

 

위대한 영웅도 정의로운 투사도 아닌, 그저 저 혼자 따뜻해질 수만은 없었던 소녀가 다급하게 달려간다. 결백한 사람만이 시스템을 바꾸는 건 아니라고, 달콤한 행운을 좋아하는 우리도 해낼 수 있다고, 서로를 격려하며 달리는 소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 전민희 소설가
『스노볼』은 스마트폰을 이기는 소설이다. 정말이지 너무 재미있다. 보는 나와 보이는 나, 보이고 싶은 세상과 숨기고 싶은 세상. 과연 진짜 나는 누구이며, 진짜 세상은 어떤 곳일까? 책장을 여는 순간, 당신은 함께 달리게 될 것이다.

- 김하나 작가

 

* 본 리뷰는 창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